[펌]탄핵결정문 부정한 법원 단상


어떤 재판이든 사실관계가 무시되면 엉터리 판결이 나온다. 이러한 사실관계가 법적으로 확정되는 곳이 법원이다. 그래서 한국의 3심제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1·2심을 가리켜 '사실심'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서둘러 판결이 나온 재판이 있다. 그것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재판이다.

당시 헌법재판소장 박한철은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과 이정미의 상황을 고려하여 판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는데 이 말은 그대로 추진되어 박근혜는 탄핵되었다. 이것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진실에 기초한 공정한 재판보다 신속한 재판이 더 중요하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

결국 탄핵결정문에 나타난 사실관계와 유죄 판단이 법원에 의해 뒤집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주류 언론은 이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지만, 이 사건은 한국 사법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고 국제적으로도 웃음거리 내지 망신거리가 될 만한 사안이다.

탄핵결정문에는 박근혜가, '플레이그라운드', '더블루케이', '케이디코퍼레이션' 관련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했다고 나타나 있다.

④ 피청구인은 최○원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최○원이 여러 가지 문제 있는 행위를 한 것은 그와 함께 일하던 고○태 등에게 속거나 협박당하여 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피청구인이 최○원과 함께 위에서 본 것처럼 미르와 케이스포츠를 설립하고 최○원 등이 운영하는 회사에 이익이 돌아가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 사실은 증거에 의하여 분명히 인정된다. 피청구인이 플레이그라운드ㆍ더블루케이ㆍ케이디코퍼레이션 등이 최○원과 관계있는 회사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특정 기업의 이익 창출을 위해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므로,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등 위배에 해당함은 변함이 없다. 또 최○원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한 동기가 무엇인지 여부는 피청구인의 법적 책임을 묻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최○원이 고○태 등에게 속거나 협박을 당하였는지 여부는 이 사건 판단과 상관이 없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헌재의 결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래와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더블루케이' 관련 직권남용 무죄가 확정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포스코에 스포츠단을 창단해 최순실씨의 회사 ‘더블루케이’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도록 한 혐의도 무죄로 확정했다. 지난해 8월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의도와 달리 실제 포스코그룹 산하에 스포츠단이 창단되지 않았고, 더블루케이와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다”며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한 바 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8&aid=0002466406

그런데 여기서 무죄판결을 내린 2심 재판부의 설명도 석연치 않다. 무죄가 나긴 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의도와 달리'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박근혜에게 최서원의 이익창출을 도우려는 의도는 여전히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최서원의 이익창출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하여 포스코에게 스포츠단을 창단하라고 지시했는데, 포스코가 스포츠단 창단은 커녕 더블루케이와 계약도 체결하지 않는다? 관심법이 아니고서는 납득이 안 가는 설명이다.

'플레이그라운드', '케이디코퍼레이션' 관련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유무죄가 엇갈렸다. 대법원은 '플레이그라운드' 건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무죄, '케이디코퍼레이션' 건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유죄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 각 혐의에 따라 미묘한 차이로 유·무죄 판단이 엇갈렸다. KD코퍼레이션 건은 유죄로, 플레이그라운드 건은 무죄로 판단했다.

핵심은 박 전 대통령의 행위가 대통령의 직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서 갈렸다.

1·2심 재판부는 플레이그라운드 건의 경우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일 뿐 직권을 남용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반면 KD코퍼레이션 건은 현대차에 납품계약을 압박한 행위가 직무 권한에 속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기업이 대기업 등과 협력 및 동반성장을 할 수 있도록 시책을 마련하고 중소기업 제품의 구매를 촉진하며 판로를 지원할 의무가 정부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일반적인 직무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18&aid=0004460776



요약하자면 헌재는 '플레이그라운드' 건, '더블루케이' 건에 대해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보았고 법원은 1·2·3심 모두 무죄로 판단한 셈이다. 법원이 헌재의 결정을 뒤집은 것은 이것 뿐이 아니다.

탄핵결정문에는 박근혜가 대기업으로 하여금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에 출연을 강요했다고 돼 있다.

피청구인은 직접 또는 경제수석비서관을 통하여 대기업 임원 등에게 미르와 케이스포츠에 출연할 것을 요구하였다. 기업들은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취지나 운영 방안 등 구체적 사항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재단 설립이 대통령의 관심사항으로서 경제수석비서관이 주도하여 추진된다는 점 때문에 서둘러 출연 여부를 결정하였다. 재단이 설립된 이후에도 출연 기업들은 재단의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였다.

대통령의 재정ㆍ경제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과 영향력, 비정상적 재단 설립 과정과 운영 상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청구인으로부터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으로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업 운영이나 현안 해결과 관련하여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등으로 사실상 피청구인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피청구인의 요구를 수용할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웠다면, 피청구인의 요구는 임의적 협력을 기대하는 단순한 의견제시나 권고가 아니라 사실상 구속력 있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http://www.law.go.kr/detcInfoP.do?detcSeq=54153



헌재는 대통령에게 강요죄를 씌우기 위해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등의 관심법을 동원한 표현을 통해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성 결론을 내고 있다. 이같은 헌재의 원님 재판은 또다른 원님 재판에 의해 다음과 같이 뒤집힌다.

반면 최순실 씨와 함께 전경련과 대기업 등을 상대로 출연금 지원을 요구해 강요죄로 기소된 데 대해서는 원심을 뒤집고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요구가 강요죄 성립 요건인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김명수 / 대법원장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안종범 전 수석이) 특정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요구를 한 것은 그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 강요죄의 성립 요건인 협박으로 보기엔 부족합니다.]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2&aid=0001336818



이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곳이 이원화돼 있다 보니, 애초에 헌재의 판단과 법원의 판단이 불일치하게 될 빌미는 충분히 있었다. 여기에 법원마저 뇌물 사건의 심리에서 이재용 재판과 박근혜 재판을 분리했으므로, 즉 뇌물 공여 혐의와 수뢰 혐의의 재판이 따로 진행되어 법원 내부에서도 판결이 엇갈렸다.

이로써 헌법재판소를 폐지해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누가 법적용의 공정성과 법질서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덧글

  • acio2 2019/09/06 11:37 #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너무 급히 졸속으로 처리해버렸죠. 탄핵 소추안부터가 법률적으로 모호하고 문제가 많지 않았습니까? 박근혜 탄핵과 그 전후의 여러 소송 과정은 대한민국 법치사에서 법치주의가 파괴되고 결과적, 절차적 정의가 훼손된 희대의 사건으로 기록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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